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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해의 끝에서 바라본 카페 트렌드

  • 철학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현대인의 도피처가 된 요즘 카페들의 트렌드를 살펴보자. 무척이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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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한 외관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카페 yyyynnn 2020 Leibal LLC. All rights reserved



여전히. 미니멀리즘.


채의 단조로움, 단순한 공간의 구성, 유려하고 도시적인 바이브. 이들은 여전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들의 특징이다. 이런 트렌드는 꽤 오랜 기간 동력을 잃지 않고 있다. '심플은 베스트'라는 공식 아닌 공식을 마치 증명이라도 하는 듯이 보인다. 화이트톤의 가구들과 메탈릭 한 의자가 놓인 풍경만으로도 사람들은 발길을 멈춘다. 공간 안에 여러 색을 동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가구의 스타일링을 하나로 통일하는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아직까지도 미니멀리즘(Minimalism)에게 소비자를 잡아 이끄는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미니멀리스트'보다는 '맥시멀 리스트'가 되어가면서 살 수밖에 없다. 내 책상 위만 그런 게 아니라, 머릿속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버려낸다는 게 큰 결단을 내포한다. 생각이던, 사물이던 내놓을수록 손해 보는 건 아닐까 싶다. 빽빽한 빌딩들로 채워지는 도시 숲에서 최소한의 '미니멀리즘'을 찾으려면 어디로 가야만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을 카페는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받아놓고 바라보는 커다란 유리 바깥의 풍경은 꽤나 이질적이다. 급하게 전화를 받으면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건물에 붙어있는 수많은 기업의 간판들이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일들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제는 더더욱 카페에 가는 이유가 분명해져야 하는 필요성이 사라진다. '커피'이던, 업무이던 혹은 아무것도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신도 모르게 하얀 외벽 앞 나무 한 그루 놓인 카페로 들어가는 이유는 어쩌면 나름의 도피를 위해서 일지도 모른다.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베이커리를 즐길 수 있는 강남의 밀도, @meal_do




베이커리와 카페.


카페의 메뉴판이 자꾸만 길어지더니, 본격적으로 베이커리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크루아상과 스콘 정도의 단순한 차원의 디저트들이 주를 이루었었지만, 지금은 눈과 입으로 사로잡는 메뉴들이 즐비하다. 커피 한잔하러 간다기보다는 퀄리티 높은 베이커리를 맛보기 위해서 카페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흐름들 덕분에 '빵 크지 순례'의 루트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카페들이 생겨나는 중이다. 러 그중에는 들러서 빵들만을 테이크 아웃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기성의 '빵집' 브랜드들에게서 싫증을 느꼈거나, 새로운 메뉴들을 접해보고 싶은 이들이 모여든다. 대표적으로는 성북의 '블랑제 메종 북악'과 성수의 '글로우' 정도를 꼽을 수 있을 듯하다. 마들렌이나 타르트의 유형도 다양하지만, 일반 베이커리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카눌레(canelé, 프랑스의 작은 페이스트리로 겉은 캐러멜이지만 속은 커스터드로 채워져 있는 것이 특징) 라인도 찾아볼 수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카페들 사이에서 '베이커리'로서의 정체성 확립은 새로운 전략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러 온 이들이 크림 크루아상을 집어가는 모습을 보면은 소비성향의 측면에서도 나쁘지는 않다. 이 또한 카페라는 '본캐'에 베이커리라는 '부캐'가 추가된 모습이 하나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한 모멘텀(momentum)에 이 둘을 모두 충족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모노하 한남, MO-NO-HA




정체성. 확장성.


이제 '카페'라는 기존의 아이덴티티에 확장성을 부여하는 건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관건은 '어떤 확장성인가(What scalability does it have?)'에 달려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눈여겨볼 만한 트렌드는 카페와 디자인 혹은 패션의 결합이다. 이전과 다르게, 카페의 대표를 맡는 이들의 직업이 '바리스타'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한남에 이어서 성수에도 공간을 오픈한 '모노화'는 단순한 카페 혹은 갤러리라고 치부하기에는 그들이 가진 매력 모두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듯이 들린다. 입장과 동시에 눈을 마주치는 의자 하나에서부터, 테이블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도기 한 구까지. 각기의 작품이자 나름의 창조주가 존재한다. 그래서 '배치'보다는 '전시'에 가까운 공간으로써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노하 성수, MO-NO-HA




성수의 '아르코'도 빼놓을 수 없다. 1층은 베이커리이자 카페의 '아르코', 2층은 라이프스타일 편집샵 '쎈느'가 들어서 있다. 디즈니월드에 들어서면 그 누구라도 미키마우스가 친근하게 보이듯, 이곳에 들어서면 자신도 모르게 '힙스터'의 여운을 가득 받는다. 1층과 2층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기분 좋은 미묘함'을 가져다준다. 형형색색의 오브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금방이라도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만 같다.






아르코, Fashionbiz





쎈느, Fashionbiz






컬러들만으로도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로스트성수, @lost_seongsu




오늘은 화이트. 내일은 오렌지.


최근 들어서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라는 말이 자주 보인다. 개인이 상황과 기분에 맞게 다른 자아들을 선택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특히 젊은 층과 현대인들에게는 직업적 정체성이 자신의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소속감을 가지고서 살아가기 때문에 감정과 기분, 행동의 폭도 그에 따라서 넓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무형의 정서들이 유형으로 표현되어 있는 곳들이 바로 카페이다. '공간으로의 입장'은 '새로운 분위기와의 조우'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날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서 카페의 분위기를 선택한다. 카페들을 색깔들로 한 번 나누어보자면 도시적이고 모던한 '화이트(White)' 혹은 따뜻하고 편안한 '오렌지(Orange)' 정도가 될 듯싶다. 하얀색과 주황색 중에서 고민을 하는 일 또한 흥미롭고, 재미있다. '카페 문화', '카페 투어'라는 말들이 생겨나는 이유가 이해가 간다. 오늘은 파란색 스툴 두어 개와 큰 비스트로 테이블이 놓인 '화이트' 카페에 갔다면, 내일은 밝은 원목 의자와 은은한 빛을 내는 플로어 스탠드가 있는 '오렌지' 카페에 간다. 그렇게 자신의 감정 상태에 맞는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왠지 모르게 큰 위안을 가져다준다.누구와, 어떤 메뉴를 먹는지만 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제는 어느 카페가 오늘의 내 마음을 잘 보여주는지에 따라서 사람들의 발길이 달라진다.




여름철이면 선보이는 벤더룰스의 시그니처 메뉴, 수박주스, @cafe.bendtherules




원 시그니처 메뉴.


일식집의 '오마카세' 방식은 계절별로 등장하는 요리들이 다르다.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시기마다 요리사가 택해서 내놓는 '시그니처' 메뉴가 존재한다. 요즘은 카페에서도 그러한 시그니처 메뉴를 준비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봄, '커피 프렌즈'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난다. 배우들이 모여서 연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귤 카야 잼이 올라간 프렌치토스트였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특성과 감귤의 싱그러운 주홍빛 색감을 살릴 수 있는 메뉴 선정이었다. 건조된 귤 칩으로 가니쉬 하는 건 포인트. '커피만 잘하면 된다'가 예전의 카페에 대한 인식이었다면, 지금은 '커피도 잘해야 된다'로 바뀌었다. 해당 카페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곳만의 시그니처 메뉴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간을 대표하는 음료는 곧 브랜딩의 일종이다. 시그니처 메뉴는 카페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호기심을 자극하는 '트리거' 역할을 한다. 동해와 서해로 제철 음식을 먹으러 다니는 이들이 있듯이 카페의 '대표 음료'를 맛보러 발걸음 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따라서 맛과 멋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공간의 선호도까지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많은 초보 카페 사장님들이 왜 밤늦게까지 퇴근을 못하셨는지 어렴풋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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